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독서

『착취도시, 서울-이혜미』 쪽방촌의 현실_0409

by 열무청년:) 2025. 4. 9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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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음 『착취도시, 서울』이라는 제목을 봤을 땐,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도 ‘너무 어두운 이야기일 것 같다’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. 관심은 있었지만,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.

그런 내가 이 책을 도전하게 된 건, 소준철 작가의 『가난의 문법』을 읽은 이후였다. 그 책은 처음으로 '가난'이라는 단어를 내 일상 가까이 데려온 책이었고, 책 속 인물인 윤영자는 한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. 남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였을까. 한참을 우울했던 기억이 난다. 그 후, 『착취도시, 서울』이라는 책이 다시 눈에 들어왔고, 이번에는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.
 
 

착취도시, 서울

 
 

이 책은 ‘쪽방’에 대한 이야기다. 정확히 말하면, 서울에서 가장 아래에 있는 주거 공간에 대한 기록이다. 저자 이혜미 기자는 국일 고시원 화재사건을 취재하다 처음으로 쪽방의 실태를 마주하게 된다. 쪽방은 우리가 알고 있는 그 단어보다 훨씬 열악하고, 상상보다 훨씬 더 많은 사람들이 그 안에서 살아간다.

겨울엔 온수, 보일러가 당연히 안 나오고, 화장실과 욕실은 기본적으로 없다. 술에 취해 옷도 제대로 입지 않은 사람들이 돌아다니는 골목. 그 골목을 피해 여성들은 차라리 노숙인 시설을 택한다는 현실.

더 충격적인 건, 이 쪽방이 누군가의 ‘사업 수단’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. 가족 단위로 건물을 소유하고, 대를 이어 쪽방을 운영하는 이들. 그들은 그곳에 살지 않지만 현금으로 월세를 챙기고, 세금은 내지 않는다. 지자체는 그 구조를 알지만 힘 있는 건물주들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. 결국 거주민을 위한 시설만 지을 뿐, 건물주의 돈은 하나도 들지 않는 구조. 읽으면서 참, 뭐라고 말할 수 없이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.

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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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부에서는 대학가의 '신쪽방촌'이 등장한다. TV에서 익숙하게 본 한양대 근처 사근동. 그곳의 원룸은 5평이 채 안 되는 공간에 침대 하나, 탁자 하나만 놓아도 숨이 막힌다. 싱크대는 조리 공간이 아닌, 집기들만 올라가는 선반이 되고, 그 좁은 방 안에서 하루하루를 견디는 청년들은 말한다.
 

“잠깐이에요. 공부 끝나면 나갈 거예요.”
“지금은 이러지만, 언젠간 더 나아질 거예요.”
 

그 말들이 낯설지 않았다. 나도 학교 다닐 땐 기숙사, 하숙집, 고시원까지 다 살아봤다. 책 속의 그 방들은 내가 지나온 시간과 꼭 닮아 있었다. 그때의 나도 그랬다.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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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대학가 新쪽방촌]<1> '빈곤 비즈니스' 성행…‘신(新)쪽방촌’으로 바뀌고 있는 대학촌에는 청년 세대의 곤궁한 처지를 이용해 돈을 버는 ‘빈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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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잠깐이야, 나중엔 더 좋은 곳으로 갈 수 있어.”
그리고 지금도 나는 그렇게 스스로에게 말하며 조금씩 나아가려 노력하고 있다. 『착취도시, 서울』은 서울이라는 도시가 누구에게는 얼마나 무자비한지 보여준다. 그리고 그 안에서 버티며 ‘잠깐이라도 괜찮다’고 스스로를 다독이는 사람들의 이야기다.



짧은 글로는 이 책의 현실을 다 전할 수 없다.
하지만 딱 한 줄—
 

“나도 그곳을 지나왔고, 지금은 조금 나아졌고, 앞으로 더 나아지고 싶다”는 마음은 남는다.
 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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